◀ 앵 커 ▶
이맘때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
수많은 두루미들이
철원의 겨울 하늘을 수놓습니다.
그런데 두루미가 비행 중에
죽는 일이 잦다고 하는데요.
그 이유를 이승연 기자가
현장 취재했습니다.
◀ 리포트 ▶
메마른 풀 위에 흰색 깃털로
덮인 새 한 마리가 죽어있습니다.
아직 덜 자란 '유조'로 갈색 깃털이
듬성듬성 남아있습니다.
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'두루미'입니다.
겨울 논밭에 죽어 있는 이 새는
재두루미입니다.
두루미와 달리 몸이 회색 빛인데,
천연기념물입니다.
모두 철원에서 발견된 두루미 폐사체입니다.
죽음의 원인은
송전선의 피뢰침 역할을 하는 얇은 금속선,
이른바 '가공지선'입니다.
[브릿지]
"두루미가 비행 중 저 얇은 금속선을
미처 못 보고 다리가 걸리면서
다리가 부러지거나 추락해 죽는 겁니다."
[ 반투명 CG ] 최근 6년 사이 철원에서
죽은 채 발견된 두루미는 34마리,
이 가운데, 가공지선이나 전깃줄에 걸려
죽은 두루미만 21마리에 달합니다. [ CG ]
특히 어린 새가 걸려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.
◀ INT ▶[박진영/국제두루미재단 팀장]
"어린 유조들은 그 선을 잘 발견하지를 못해요.
경험이 없다보니까 다리가 많이 걸려요"
보다못한 주민들은 지난 겨울,
두루미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바라는
서명을 모아 지자체와 한국전력공사에
조치를 촉구했습니다.
◀ INT ▶[남효정/철원숲지킴이]
"가공지선을 없애고, 표지판을 설치해야
하는지를 설명을 드리고 서명을 받아서,
2천 5백 명 정도의 서명을
한전에 전달했습니다."
그 결과, 지난 9월 한전이
두루미 사고가 잦은 2곳, 2km 구간에서
'가공지선'을 모두 없앴습니다.
대신 피뢰기를 설치하고,
눈에 잘 띄는 노란색 위험표지판도 달았습니다.
◀ INT ▶[강기탁/한국전력공사 철원지사 대리]
"위험 표지판은 3백 개 정도 설치를 해
두루미가 전선을 좀 더 잘 식별할 수 있게
조치했습니다."
공사 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.
두루미와 재두루미
수천 마리가 노니는 철원 평야에서
아직까지 폐사체는
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.
◀ INT ▶[김수호/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사무국장]
"개체수가 적어요. 그런데 번식지에서
우리 철원에 월동하러 날아오는데
이 월동지가 망가지게 되면
얘네들이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요."
전문가들은 철원이 국내에서
가장 많은 두루미가 겨울을 보내는 곳인 만큼,
더욱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.
MBC뉴스 이승연입니다(영상취재:김유완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