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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.
하지만 고랭지 농민들은
내다 팔 상품이 없어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.
지난 집중 호우에 작물이 병들거나
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.
백승호 기자가 보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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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발 680m 고랭지 무 밭입니다.
추석 때 맞춰 출하하기 위해
6월 중순 쯤 심어 두 달을 키웠습니다.
그런데, 가까이서 무를 살펴보니
누렇게 변한 잎이 적지 않고
군데군데 검은 반점도 보입니다.
[백승호 기자]
“제가 직접 무를 뽑아보겠습니다.
보시면 이렇게 무가 갈라져 있고
표면에 검은 반점도 보입니다. 농민들은
무 10개를 뽑으면 그나마 팔 수 있는 게
5개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.
[안성만/농민]
"이게 크면 클 수록 상처는 더 커지잖아요. 같이...
이런 게 굉장히 많아요. 이게 별 게 아닌 것 같은데
다 그러니까... 상품성이 없는 거예요."
인근의 고랭지 배추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.
배추 10개 중에 4개 정도는
촛농 녹아내리듯
하얗게 물러져 버렸습니다.
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채소 작황이
좋지 않은 건 잦은 비 때문입니다.
이달 홍천의 강수 일수를 살펴보면
8월 1일부터 19일까지 비가 이어졌는데,
그 사이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
닷새뿐이었습니다.
지난 8일부터 15일까지
무려 8일 동안은
쉼없이 비가 내렸습니다.
잦은 비에 물을 많이 먹은 무가 부풀면서
쩍쩍 갈라졌고, 검은무늬병과
무름병과 같은 병해도 삽시간에 번졌습니다.
[이광석/농민]
"햇빛을 못 보니까... 일단 세근(잔뿌리)이 죽으니까
비료고 영양제를 줘도 빨아먹지 못하니까
무 작황이 이렇게 나쁜 겁니다."
현재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
20kg 무 한 박스는 2만 원 안팎.
채솟값 고공 행진으로
지난해보다 배 이상 올랐습니다.
하지만 작물이 망가져 내다 팔 수 있는 상품 자체가
별로 없는 농민들은 인건비나
비룟값도 건지지 못할 형편입니다.
보통 무 10개를 수확하는 무 밭 한 평에
8천 원 정도의 농사 비용이 들어가는데,
병들거나 망가진 무 4~5개를 버리고 나면
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겁니다.
[진인동/농민]
"기존에 투자한 금액이 너무 많은데,
평 당 7~8천 원씩 농사 짓는데 투자했는데
그 비용을 하나도 건질 수 없는 입장이 되는 거예요."
추석을 앞두고 무섭게 치솟는 채소값.
하지만 정작 채소를 키운 농가들은
이상 기후에 직격탄을 맞아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.
MBC 뉴스 백승호입니다.◀END▶